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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1)

소설/문수 2012/04/01 09:58

저기요”  “?”  “그러니까 저랑, 아니 저한테 한 번만 대 주시면 안 될까요?”  “뭘요?”  “your bozi.."

 

 기억 속에 구겨져 있던 추억담을 꺼냈다. 안주가 필요 없다. 백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의 이야기. 그것은 금요일 저녁, 머리맡에 놓고 잠드는 로또 복권과도 같았다. 우리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술상을 쾅쾅 치다가 바닥에 널브러져 이쑤시개에 찔린 애벌레같이 굴러가며 웃었다. “, 그런 것 도 있었지? 엠티 때 술에 너무 취해서 신입생한테 헌팅 한 거, 만으로 24년 만에 만난 자기 이상형이라나?” “연못가에 촛불 켜 놓고 고백했다가 차인 것도 있잖아” “첫눈 오는 날 고백했다가 차인 적도 있어” “봄비 내리는 날 와인을 마시며 고백했다가도 차였대”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문수 형이 원래 그렇지 뭐아 문수. 이름만으로도 검다. 작고 검다. 쳐진 눈 꼬리와 두툼한 입술을 가진 사나이. 말쑥하게 차려입어도 간지가 안 나는 사나이. 말을 섞기만 해도 드라마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며, 같이 걷기만 해도 부끄러워지는 사나이. 그래도 사람은 좋은 남자. 인기가 없는 것도 매력인 남자. 문수 형은 그런 남자였다. 이렇게 말해도 어떻게 그 구질구질한 느낌을 살릴 수가 없다. 말하자면, 시궁창에 빠진 한 덩어리의 감자 같다고 해야 할까?

 

 한 시간 뒤, 그가 도착했다. 펑퍼짐한 청바지에 체크 셔츠와 남색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게 미국 노동자 간지여끝이 늘어지는 구수한 사투리.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왔다고. 물광에 빛나는 검은 색 로퍼가 불쌍해 보였다. 나 같으면 줘도 안 신겠지만. “너네 술 얼마나 먹었냐?” “사 주세요” “이런 개쌕끼들” “사 주세요오” “야 안 돼 카드에 돈 없단 말이여” “한 번만요오오 제발요 형 저희가 형을 얼마나 존경 하는데요” “아 씨발..” “, 그러면 일단 오천 원 씩만 걷어 나머지는 내가 살게돈을 쓰고도 욕을 먹는다. 생색도 못 낼 일이다. 카드를 긁는 그의 뒷모습은 짧았다. 그날은 밤을 새워 가며 술을 마셨다. 소주를 마시다가, 맥주를 마시다가, 문수 형이 일하던 술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국밥에 소주를 또 마셨다. “나는 여자를 밝히긴 하지, 근데 귀찮은 게 싫어서 여자를 못 만나나봐” “못생겨서 그래요”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 임마. 너 또 키 작다고 그럴 거지?” “네 작아요” “매력이 없어요 매력이..”

 

 국밥에 시선을 고정한 문수형의 입만 씁쓸하게 웃었다. “그럼 넌 있냐? 있냐고” “저도 없어요” “아오, 내가 왜 너 같은 놈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부끄러운 줄 아셔야죠” “그래, 내가 미안하다숟가락이 국밥을 젓는다. “형 요새 만나는 여자 있어요? 같이 놀기만 하는 사람” “있지” “또 퍼 주시겠네요?” “난 옛날 사람 인가봐, 아직도 여자가 계산을 하는 걸 못 보겠어

 

 그런 문수 형에게도 첫 사랑은 있었다. 그가 고3일 때, 옆 반의 여자 아이를 짝사랑한 적이 있었단다. 단발머리에 뽀얀 피부, 큰 눈과 작게 선 콧대에 입술은 늘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고. 끝내주게 예쁜 여자에게만 사랑을 느끼는 그의 가슴은, 요새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독설가보다 냉정한가보다. 그건 그렇고, 문수 형은 밤새 가슴앓이를 했다. 그녀를 위해 편지를 쓰다가 찢어버린 종이가 휴지통 속 동그랗게 구겨진 티슈보다 많았다짝사랑에 코가 비뚤어지게 취한 고3 문수 형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획을 세웠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 옆 반과 자기 반 사이의 벽에 포스트잇으로 그녀의 매력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대선 공약처럼 낱낱이 적어 붙여 두었다고. 그날 그 여자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서럽게 울었다. 그 아이의 친구들이 5공 청문회 때 전두환을 보던 노무현의 눈빛을 하고 있었단다. 그 여자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던 키 큰 친구들은 문수 형에게 따듯한 폭력과 고소한 놀림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달 모의고사 성적은 50점이나 떨어졌단다. ,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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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미야물좀다오